화재원인을 밝혀내려던 한 젊은 소방사의 열정 덕에 화재로 스쿠터를 잃은 소비자가 같은 제품을 제조사로부터 받게 됐다.

22일 경기도 안성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8시50분 안성시 공도읍 공도기업단지에서 평택시 평곡리에 있는 집으로 퇴근하던 이종인(29)씨는 타고 있던 스쿠터에서 열기와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씨가 갓길에 오토바이를 세우기 무섭게 불길이 치솟았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가 신속하게 스쿠터에 붙은 불을 껐지만 이씨의 '애마'는 이미 뼈대만 남은 상태였다.

불에 탄 배기량 125CC짜리 스쿠터는 이씨가 지난해 4월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170여만원을 들여 구입한 것으로 상해보험만 가입된 상태여서 보상은 기대하기 힘든 상태였다.

하지만 사고가 난 지 3일 뒤 이씨는 당시 화재 현장에 출동한 엄태훈(30) 소방사로부터 제조회사에서 동일 제품으로 새로 지급키로 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화재조사반 소속인 엄 소방사는 화재 원인 분석만 하면 끝날 일이었지만 감식을 위해 불에 탄 스쿠터가 보관된 이씨의 집을 찾았다가 안타까워하던 이씨의 표정이 맘에 걸려 직접 보상절차를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뼈대 뿐인 잔해를 앞에 두고 최초 발화 지점, 엔진과 연료주입구가 연결되는 지점 등을 꼼꼼하게 책을 찾아가며 살펴봤다.

구입 후 개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토대로 연료통과 연결된 배관에서 기름이 새어나와 착화된 것으로 화인을 추정했다.

정확한 화인을 밝혀낼 수 있는 단서마저 모두 타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화재 원인을 정확히 짚어낼 수는 없었지만 없었지만 엄 소방사는 제품 제조에 참고할 수 있도록 제조회사에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로 부터 사고소식과 화재원인을 들은 회사는 이씨가 출퇴근길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같은 기종의 제품을 증정키로 결정했다.

엄 소방사의 이러한 숨은 노력은 이씨가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감사의 글을 올리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이씨는 "평택까지 직접 찾아와 감식작업을 해주신 것만도 감사했는데 새 스쿠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사회에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엄 소방사는 그러나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더 노력하는 선배 소방관분들이 많이 계신데 별 일 아닌 것으로 주목받게 돼 부끄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