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형 문제 다수 출제되면서 변별력 논란

07년도 순경 2차 시험이 지난 9일 전국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이번 시험은 남경의 경우 457명 모집에 21,909명이 출원해 47.9대1, 여경의 경우 150명 모집에 9,363명이 출원해 62.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었다(일반순경 기준, 경찰청 발표자료).

이번 시험의 난이도에 대한 수험생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지난 3월의 1차 시험보다 어려워졌다는 것. 특히 박스형 문제가 다수 출제되어 수험생들의 체감난이도를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모든 과목이 어렵게 출제된 것은 아니다. 수사와 형소법의 난도가 높았으나 영어는 변별력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쉬웠다는 것이 대다수 수험생들의 평가이다.

 한 수험생은 “경찰 시험에 4번째 응시했는데 매번 시험 유형이 바뀌는 것 같아 경찰 시험의 출제경향이 무엇인지조차 파악이 안 된다.”라며 “과목이 엄연히 구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Ⅱ가 나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량진의 한 수험전문가는 “수사, 형소법, 경찰학, 형법 등 4개 과목 80문제에서 박스형 문제가 20개 넘게 출제됐다.”라며 “시험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수험생간의 실력 차이를 면밀하게 짚어내지 못하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박스형 문제의 경우 100%를 알지 못하면, 90%를 알건 10%를 알건 결국 운에 맡길 수밖에 없어 수험생들의 정확한 이해도를 측정하기 어려운 것이 그 이유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K경찰학원의 관계자는 “이번 시험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판례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라며 “판례문제 특성상 눈에 익숙한 문제는 쉽게 풀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문제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렵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갈릴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각 과목의 출제경향 및 난이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찰학-각론 11개, 총론 9개 문제가 출제되어 갈수록 각론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았으나 까다로운 문제가 5개 정도 출제됐다. 종합적 이해도를 묻는 문제가 10개 정도, 박스형 문제가 7개 출제됐다.

●경찰수사-대다수의 수험생들이 시험과목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 지목하고 있다. 시험범위가 수사Ⅰ으로 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원인론 같은 수사Ⅱ에 해당하는 문제가 2개 출제돼 수험생들을 당혹케 했다. 또한 전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범죄피해자 보호제도관련 문제가 나와 최근의 인권중시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형법-전체 20문제 중 19개 문제에 판례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판례가 집중적으로 출제됐다. 또한 지문이 길어져 수험생들의 시간안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6문제가 박스형으로 출제됐다.

 ●경찰형소법-판례문제가 16개에 달해 80% 정도를 차지, 비중이 과거 50% 수준에서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 지문을 포함한 문제가 전체의 60~70%를 차지했다. 또한 지엽적인 문제보다는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종합적인 지식을 묻는 문제가 다수를 차지했으며, 박스형 문제는 6개 출제됐다.

 ●영어-작년과 올해 1차 시험에 비해 난도가 낮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독해 11문제, 어휘 6문제, 문법 3문제 비중으로 출제됐으며, 장문 독해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까다로운 문제는 없었다는 평이다.

순경 2차 시험의 향후 일정은 9월 14일 필기합격발표, 9월 18~21일 신체·체력·적성검사, 11월 13~16일 면접, 11월 21일 최종합격발표 순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