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의 ‘여성의 선발인원을 남성보다 현저히 적게 뽑는 것은 차별’이라는 권고를 거부한 경찰청의 결단이 수험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일 경찰청은 ‘채용특성상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인권위의 권고를 공식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수험생들도 경찰청의 여성채용 관행이 어쩔 수 없는 것인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일단 경찰 수험생들 대부분은 ‘차별적인 채용관행은 불가피하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남성수험생 뿐만 아니라 여성수험생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이 같은 의견을 나타내 주목을 끌고 있다.

한 수험생은 “경찰의 특성상 여성보다는 남성이 많아야 한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라며 “이것은 월드컵 대표팀에 여자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자신을 여성이라고 밝힌 수험생은 “반반씩 채용하는 것이 평등의 원리는 아닌 것 같다.”라며 “나도 여자지만, 여경의 채용인원을 남경과 대등하게 한다면 치안질서의 공백이 예상보다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인권위에서는 키제한, 몸무게 제한까지 없애라고 하는데, 과연 경찰이라는 직업을 제대로 이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뽑을 때 체력, 체격 등 모든 조건을 남자랑 여자랑 똑같이 하고 여자도 병역을 필한 자에 한해 시험 볼 수 있도록 남자들도 인권위에 진정서를 내자.”라고 인권위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수험생들도 상당수다.

반면 “여경 차별하지 마라, 실력있는 여경도 많이 있다. 사실 여자보다 못한 남경도 많이있다.”라며 경찰청의 결정을 반대하는 수험생들도 간혹 있었다.

한 수험생은 “현재 여경의 채용인원은 많아야 남성의 1/3 수준이다. 꼭 반반씩 뽑지 않더라도 최대한 형평성에 맞게 선발하자는 것이 인권위의 주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험생들의 주장은 현재 다수의견에 밀려 거의 묻혀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여성민우회등 각종 여성단체들은 경찰청의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14일 한국여성민우회는 “경찰 공무원의 모든 직무가 신체적 우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님에도, 신체적 기준을 내세워 인권위의 권고를 거부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 될 수 없다.”라며 여경 선발인원의 확충을 요구하는 자료를 공식적으로 배포했다.

여성민우회는 “여경의 임신과 출산이 남경에게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떠맡길 우려가 있다는 경찰청의 주장은 여성노동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임신과 출산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와 동떨어진 시대착오적 편견.”이라며 “공공기관은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고, 성차별적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경찰청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이어져온 성차별적 채용 관행에 쐐기를 박는 참담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경찰청은 9일 여성 인원을 남성에 비해 현저히 적게 한정하는 채용 관행이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개선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여성 경찰의 범죄 진압 어려움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수용하지 않겠다는 최종 입장을 발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