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으로 후유증 생긴 수험생들, 괴로움 호소

월드컵이 수험생들의 수험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수험가의 걱정이 결국 현실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본선 첫경기가 열린 다음날인 14일과 두 번째 경기가 열린 19일 오전의 수험가는 평상시와는 다르게 강의실 군데군데에서 빈자리를 발견할 수 있었으며 수업에 참여한 수험생들도 여느 때와는 달리 졸음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강의 중간의 쉬는 시간에도 차분하게 복습을 하거나 다음 시간의 예습을 하는 수험생들의 모습보다 전날 있었던 시합에 대해 주변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들이 더 많아진 것도 수험가에 월드컵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수험생들이 모이는 수험카페에서는 한국전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스코어 예상하기”, “승패 맞추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글에 대한 수험생들의 높은 호응은 다른 글들에 비해 훨씬 많은 댓글의 수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새벽 4시에 치러진 프랑스전을 관람한 한 수험생은 “토고전때 거리응원을 나갔다가 결국 피곤해서 그 날 오전 강의를 듣지 못했다.”라고 밝힌 뒤 “프랑스전도 잠들면 못 일어날 것 같아서 경기가 끝난 뒤 바로 학원으로 왔지만 졸려서 수업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경기 시작할 때는 ‘오늘은 경기를 안 봐야지’라고 마음을 먹었어도 신경이 자꾸 TV로 쏠리게 돼 결국에는 ‘이것만 봐야지’하는 마음으로 TV앞에 앉았다가 10시부터 6시까지 내리 3경기를 보기도 했다.”라며 “책상에 앉아있어도 집중은 안되고 그렇다고 경기를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되니 난감한 노릇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모습은 이미 월드컵이 임박해오면서 일부 예견된 바 있었으나 실제로 수험가에 불고 있는 월드컵 열풍은 수험가의 예상을 넘을 정도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성 수험생들보다 스포츠에 관심이 더 많은 남성 수험생들에게 월드컵은 거의 ‘재앙’에 가까운 수준으로 수험생활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남성 수험생들 중 상당수는 한국전은 물론 브라질,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등 세계 축구강호의 시합이 있을 때마다 시간에 관계없이 경기시청에 열을 올리고 있어 이에 대한 수험생들의 절제가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 수험전문가는 “늦은 시간 또는 너무 이른 시간의 경기시청이 수험생들의 학습은 물론 건강에도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라고 전제한 뒤 “경기를 보면서 야식을 섭취할 때 소화기 장애가 발생하기 쉬운 것을 비롯해 무기력증, 두통, 현기증 등을 유발할 수 있으니 수험생들은 이를 조심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덧붙여 이 수험전문가는 “토고전과 같이 우리나라가 이길 경우 수험생들은 뒤에 있을 경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래의 학습 패턴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고, 우리나라가 질 경우 아쉬움과 스트레스로 인해 바로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기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참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수험생들은 자신의 신분이 수험생임을 명심하고 월드컵 경기 시청을 최대한 절제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