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수험생에게 듣는다-인천 27세 장영식(가명)

지난 20일 일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개최된 장애인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위한 공직설명회에서 만난 장애인 수험생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지는 얼마나 되었나. 또 어떤 계기로 공무원이 되겠다고 결심했나.

A 올해 초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6개월 정도 됐다. 그 전에는 그냥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예전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장애인이 직업을 선택하는 데 많은 제약이 뒤따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주변에서 아는 친구가 시험 준비를 한다고 해서 덩달아 하게 됐다. 아직 합격한 것은 아니지만 벌써 ‘내 선택이 옳았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시험기관에 알아봤더니 면접시험까지 합격하면 신체적 부자연스러움을 고려해 이에 알맞은 직무를 준다고 한다. 100% 만족은 아니지만 국가차원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점점 나아지고 있어서 공무원이 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Q 공부는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하는가.

A 시립도서관을 이용한다.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할애한다. 실제 강의는 들을 수 없다. 학원과 집이 멀어서 이동하는데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는 주로 동영상 강의와 독학으로 하고 있다.

Q 공부하면서 힘들지는 않은가.

A 예전에 ‘공부가 제일 쉽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공부도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앉아서 책을 보면 고개가 자꾸 흔들리고, 필기를 하려고 하면 손이 떨리기 때문에 책상에 가만히 앉아 공부를 하는 것도 힘이 드는 것이다.

Q 공직설명회에 참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또 공무원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접하는가.

A 인터넷에서 보고 오게 되었다. 평소에도 정보는 주로 인터넷에서 얻는다. 다른 수험생들과 교류가 없고, 수험가에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인터넷만이 유일한 정보창구이다.

Q 실제 시험을 본 적은 있는가. 시험을 보면서 불편한 점은 있었나.

A 3번 정도 봤다. 항상 느끼는 것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답안지가 제공되긴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장애인들 중에는 인지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부족한 경우도 꽤 있다. 그렇기에 지문이 긴 문제들은 이해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이렇게 시간에 쫓기다 보면 아는 문제도 긴장해서 틀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풀기 어려워진다. Q 시험기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A 시간을 연장해 주었으면 좋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험 당일 긴장감이 일반인들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아울러 시험장소의 편의시설에 신경을 좀 더 써주었으면 한다. 또 내가 아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중에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있다. 그 친구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그 친구 같은 장애인을 위해서 고사실도 가급적이면 1층으로 배치해 주었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나와 같은 장애인들은 연령을 상향(2~3년)조정해 주었기 때문에 수험기간에 대한 여유는 더 있는 편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공무원에 합격할 것이다. 또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중도 하차 하지 않을 것이다. 먼 훗날 공무원이 되어 내 손으로 번 돈으로 부모님을 위해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고생하신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