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는 주류 직렬이 행정직에서 방재안전직렬로 전환됨으로써 전문성이 대폭 보강되리라 생각합니다.”

지난달 25일, 김성렬 행정자치부 창조정부조직실장이 정부조직개편 브리핑을 통해 밝힌 국민안전처의 인력구성 계획이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나타난 재난안전 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재난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를 설립하고 전문성을 갖춘 방재안전직 공무원을 충원해 전문성을 강화시키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방재안전직은 내년 공무원 채용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수험가의 주목을 끌었지만, 정작 방재안전직 수험생들의 입에선 연일 한숨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직렬이 신설된 지 2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모호한 인재 선발과정과 기준 탓이다.

각종 재난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안전 관리를 책임지는 방재안전직은 행정직이 아닌 기술직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론보다는 실무적 전문성이 강조돼야 하는 직렬이다.

문제는 현 방재안전직 채용시험으론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필기시험을 치르는 5과목 중 3과목이 실무와는 연관성이 낮은 국어, 영어, 한국사로 구성됐을 뿐 아니라 이들 과목이 일반행정직 필수과목(국어, 영어, 한국사)과 동일해 기존 일반행정직 수험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문지식을 가늠할 수 있는 재난관리론과 안전관리론마저 올해 필기시험에서 변별력 조절에 실패하면서 방재안전직 수험생 중 상당수는 공통과목의 약점을 만회하지도 못하고 전공과목에서 과락의 쓴 맛을 봐야했다.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더욱 우대하기 위해 기술직 공무원에게 인정되는 별도의 가산자격증이 방재안전직엔 없다는 점도 개선돼야 할 과제다.

현재 기술직 공무원 채용시험은 국가기술자격법령에서 정한 자격증 소지자가 응시할 경우 매 과목 4할 이상 득점한 자에 대해 각 과목별 만점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점수를 부여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기술사와 기능장, 기사, 산업기사 자격증 소지자는 만점의 5%, 기능사 자격증 소지자는 3%를 가산점으로 챙길 수 있지만 방재안전직의 경우 이 같은 조항이 없어 전 직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정보관리기술사 등의 자격증을 통해 1%의 가산점만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재난관리론과 안전관리론이라는 시험과목만 추가됐을 뿐, 일반행정직 공무원과 차별화되는 전문인재를 선별해내는 장치는 전무한 셈이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인사과 담당자는 “현재 예방총괄과에서 외부에 연구용역을 맡기고 적용 가능한 가산자격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예방총괄과 관계자는 “외부용역을 맡긴 적이 없고 담당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방재안전직 공무원 수험생 유 모(29)씨는 “사기업만 하더라도 안전관리자들이 많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산업안전기사라는 국가기술자격증이 있는데도 왜 가산자격증 적용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방재안전이라는 이름만 붙여놓고 정작 행정직 공무원을 위한 자리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검토 중’이라는 채용기관의 똑같은 답변에 수험생들은 점점 초조해지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말에서 2월 사이에 지방직 공무원 채용계획이 공고되는 탓이다. 6월 27일, 지방직 9급 필기시험까지는 이제 6개월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