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헤비급’, 처우는 ‘라이트급’

소방공무원 처우개선 여론 ‘활활’

지난 2011년 119중앙구조대원 47명 등으로 구성된 한국의 해외긴급구호대(KDRT)는 UN이 인증하는 최고 수준의 구호대 자격을 거머쥐었다.
세계 각국의 국제구조대를 헤비(Heavy)·미디엄(Medium)·라이트(Light) 3등급으로 분류해 평가하는 UN의 심사에서 헝가리,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에 이어 18번째로 헤비 등급에 오른 것이다. 이로써 국격을 제고하고 사고현장 최 일선에서 일하는 소방공무원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작 그 이면에는 열악한 처우와 고된 업무강도에 시달리는 소방공무원들의 고통이 있다.


부족한 인력, 2교대보다 더한 ‘3교대’

소방공무원의 근무시간은 그간 24시간 2교대 체제로 지속돼왔다.
때문에 주당 84시간 근무 등 격무가 일상화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수면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이 소방공무원들의 운명이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키 위해 최근 정부서 대도시 소방관서를 중심으로 3교대 근무를 확대시키고 있지만 정작 일선 소방공무원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정원은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교대시간만 늘리다보니 3명이서 할 일을 2명이 맡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탓이다.

이는 지난달 29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민주당 유대운 의원은 “실질적인 3교대를 하기 위해선 49,563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 소방인력은 38,368명에 불과하다”라며 “결국 소방공무원의 과로와 공사상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소방공무원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방공무원 52%, 舊방화복 착용

소방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장비의 노후화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점 중 하나다.

?특히, 방화복의 경우 화재 현장에서 소방공무원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중요한 장비임에도 소방공무원의 절반을 넘는 52%가 내구연한이 지났거나 특수방화복에 비해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구형방화복을 착용한 채 사고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선 소방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수방화복 지급을 더욱 확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수방화복의 경우 내열온도가 400℃에 달해 화재 현장에서 사용되는 기능성이 매우 높은 방화복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 “노후장비 교체와 첨단장비 보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일원화” 목소리 커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공무원의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최근 정치권에서도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문제다.

지난 4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된 소방공무원 체계를 국가직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소방공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 법률안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일원화 ▲소방방재청 중심의 단일 지휘체계 확립 ▲소방공무원의 인사권 독립 등이 주 내용으로 담겼다.
이에 대해 안전행정부에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획재정부 의견을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참고로 외국의 경우 부족한 소방인력 확충을 위해 기초자치단체 인건비 등의 재정부담을 연방정부나 중앙정부가 부담하나 우리나라의 소방예산은 대부분 지방비로 충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