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지방직은 대규모 출원과 그로 인한 임시KTX 운행 등 유난히 많은 화제거리를 낳았다. 이 중
대규모 출원과 동일하게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시각 장애인 수험생들이 입실 후 시험을 치르지 못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은 사건을 들 수 있다. 본지에서는 해당 사건의 당사자가 속해있는 단체인 시각장애인청년연합회의 이제승 홍보담당,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의 박옥순 사무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공무원 시험에서 어떤 차별이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조치가
취해지길 바라는 지를 알아봤다. Q. 인권위에 진정을 넣게 된 계기는?
A. 박옥순 사무국장(이하 박) 시각장애인응시자에게
점자시험지 및 답안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차별여부를 판가름 해주는 인권위에 진정을 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 했다. Q. 서울시 원서접수 시 이러한 사건이 벌어질 것을 미리 예상했는가?
A. 이제승 홍보담당(이하 이) 당초
20명의 시각장애인이 이번 시험에 원서접수를 하려 했으나 각 구청에서 원서접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원서접수 거부의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서울지방직 시험의 응시기준이 ‘자체 필기능력이 있는 자’, ‘시ㆍ청각 장애가 없는 자’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결국 점맹 수험생 한 명과
약시 수험생 한 명만이 원서를 접수할 수 있었지만 원서접수 후 공무원 교육원에 꾸준히 요구했던 점자답안지나 녹음테이프, TEXT파일 등 중 단
하나도 끝내 제공되지 않았다. Q. 서울시뿐만 아니라 다른 시험에서도 점자 답안지가 제공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서울시가 진정의
대상이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박 : 서울시는 이번 사안에 대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채용’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지만
장애인 응시자들에게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지 않는 것은 ‘기회제공’의 문제이다.
서울시 시험을 문제시 한 것도 결국은
서울시가 장애인 수험생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자체를 박탈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Q. 다른 시험에서는 시각장애를 가진
응시자에게 어떤 편의를 제공하는가?
A. 이 : 공무원 시험에서는 활성화 되지 않았지만 이미 수능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녹취테이프,
확대답안지 및 시험지도 제공한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시험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낭독자가 지원되고 있다. 또한 사법고시 같은 경우에는
점자답안지와 시험지를 시각장애를 가진 응시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임용고사의 경우 시각 장애를 가진 수험생 외에도 다른 장애인
수험생들을 위해 시험시간을 일반 수험생보다 조금 더 연장해주기도 한다. Q. 이번 시험 외에 다른 시험에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사례가 있는가?
A. 박 : 지방직 7급에 응시했던 장애인 수험생이 필기에 합격하고 나서도 면접에서 낙방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이번 서울지방직 시험에서 다리가 불편한 응시자의 고사실을 5층으로 배정해 결국 감독관들이 휠체어를 들어서 옮기는 일도 있었다.
아울러
최근에는 없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사는 장애인의무고용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대입학도 거부됐던 바 있다. Q.
정부에서는 장애인 의무고용을 권고하는 한편 응시연령 연장 및 확대답안지 제공 등으로 장애인들의 공직진출을 돕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이 : 현재 장애인 고용률이 2.25%가량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기준치인 2%를 넘는 수치로서 외견상으로는 큰
성장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상당수가 경증장애인이다. 즉, 시ㆍ청각 장애인 등 중증장애인의 공직진출은 아직까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최종합격된 이후에 장애인등록을 한 경우도 상당수 있어 장애인 고용률 2.25%의 수치가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
정부의
장애인 정책 중 상당수가 경증장애인에게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제도적인 도움이 필요한 것은 중증장애인이 더 급한
상황이다.
박：장애인 중 의무교육을 제대로 받은 이들의 숫자가 46.7%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응시연령을 1~2년 연장하는 것은
그다지 큰 효과를 나타낸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확대답안지의 경우 뇌병변 장애인들에게는 다소간의 효과가 있을 수 있겠으나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로 된 시험지 및 답안지나 확대 시험지가 필요하다. 특히 점맹이 아닌 약시 장애인의 경우 일반시험지를 보게 되면 지문의 줄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경우도 많다. Q. 차별에 대한 진정 등을 냈을 때 시험주관기관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A. 박 : 거의 모든
시험기관들은 채용을 위한 시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주장을 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장애인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채용에 앞서 채용시험에 응시할 기회제공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Q. 시각 장애인들이 일선 현장에서
담당할 수 있는 업무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A. 이 :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문서를 점자로 바꿔주는 스크린리더기나 음성지원 시스템만 제공이
되면 얼마든지 거의 모든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
박 : 장애인들이 고용될 경우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장애인들이 업무상 필요로 하는
장비들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장애인을 선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Q. 앞으로 어떻게 이 사건을
진행해 나갈 것인가?
A. 박 : 진정이 들어간 이상 진정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 이전까지는 어떤 행동도 취해서는 안된다. 우선은
인권위에서 진정에 대한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이번 진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A. 박 :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이 1년간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번 사건을 이슈화해서 계류중인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법률안이 통과되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역시험지 제공 등 구체적인 실천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 채용은
차치하고라도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지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공직계의 장애인 임용을 법제화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