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험생들이 서로 다른 답지 유형의 시험지로 시험을 치르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조정실은 20일 부정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답지 재배열 출제방식'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답지재배열 프로그램은 지난 04년 대입수능시험에서 핸드폰 문자메시지 전송을 통한 대규모시험부정이 발생하자,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시험부정방지종합대책의 하나로 검토됐었다. 대통령도 이와 관련하여 시험부정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수립을 지시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관련 전문가들로 이뤄진 위원회를 구성, 답지 재배열 프로그램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답지재배열 방식이란 흔히 말하는 ‘보기 섞기’를 통해 수험생에게 각기 다른 시험지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5지선다형 객관식의 경우 문항 배열은 동일하지만 1~5번의 보기는 시험지별로 각기 다른 배열을 보이게 된다. 만약 5지선다형으로 10개 문항을 만들 경우, 이론상으로 총 980만개의 시험지를 만들 수 있다. 이에 커닝이나 외부에서 휴대폰 등을 통한 답안을 문자로 보내는 등의 부정행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이 방식을 적용하려면 컴퓨터프로그램으로 인쇄정보파일을 인쇄언어로 변환하여 시험지별로 각기 다르게 인쇄하는 POD(Print On Demand)라는 특수 인쇄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위원회의 연구책임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서울시내 40개 고등학교의 1학년 569개 학급, 약 2만명을 대상으로 표본검증을 실시한 결과, 답지배열방식이 점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시험지 제작이나 인쇄, 채점, 전산처리 등에서도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안으로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규모가 작은 국가 자격시험부터 이 방식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수능 및 고시 등 대규모 시험에도 도입한다는 장기적인 방안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