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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계리직 공무원시험) ‘무당(?)직 뽑나’ 수험생 분노한 문제는? |
| 등록일 | 2019-10-30 |
긴 지문에 지엽적인 출제까지 겹쳐
A 수험생 “열심히 공부한 사람 허탈할 수밖에” B 교수 “모두를 절망시킨 사악한 시험” 강길수 기자 hospital001@naver.com
2019년 우정 9급 계리직 공무원 필기시험을 치른 지 3일이 지났지만, 응시생의 분노는 쉬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우준모, 독공사 등 수험 관련 커뮤니티엔 올해 계리직 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시시각각 올라오고 있다. 한 수험생은 ‘오늘부로 계리직 관둡니다’라는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가 하면 ‘계리직이 아닌 괴리직’ ‘계리직 갑질정변 14개 조항’ 등 시험을 비꼬는 댓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급기야 21일에는 “계리직 수험생들의 고충을 들어주세요”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고 22일 오후 5시 기준 2711명이 이에 동의했다. 이 글에서 청원자는 “모두가 무당직이라며 비꼴 만큼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라며 “이렇게 수많은 사람의 노력을 허무하게 해버린 출제위원 앞으로 안 나오게 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마감일인 11월 20일까지 20만 명이 동의해야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수험생을 분노와 울분으로 몰아넣은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60분 만에 어떻게 풀라는 거야
먼저 컴퓨터일반에서는 보기 7개를 주고 그중에 옳은 것의 개수를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2문제 중 특히 순차 파일과 인덱스 순차 파일에 대한 옳은 설명을 고르는 문제에 어려움을 느꼈다. A 응시생은 “ㄱ부터 ㅅ까지 모두 지문이 길어 도저히 1분 만에 풀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C프로그램의 정렬 문제도 많은 것을 요구했다. 유수 교수는 해설강의에서 “3, 2, 1, 4 오름차순 정렬이라는 걸 파악하는 것도 대단한 건데 여기서 scanf 함수를 넣어 선택 정렬이라는 것까지 확인하기엔 너무 어려웠다”라며 “이미 다른 과목에서 멘탈이 나간 상태에서 이 긴 소스를 풀어내기엔 무리였다”라고 말했다.
우편 및 금융상식에서는 종합소득세 계산 문제가 수험생을 혼란에 빠뜨렸다. B 응시생은 “소득세법과 조세제한특례법상 비과세, 분리과세는 물론 과세표준별 기본세율까지 모두 알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라며 “다행히 세무회계과를 나와 내용은 알았지만, 시간이 없어 결국 풀지 못했다”라고 하소연했다.
지엽적인 출제, 이것까지 알아야 해요?
한국사는 지엽적인 출제로 응시생을 분노케 했다. B책형 기준 14번 문제는 ‘(가)와 (나)의 사건 사이에 신라에서 있었던 일로 옳지 않은 것은?’을 물었다. 하지만 지문은 물론 선지까지 생소했다는 평이다. “위두라고 하는 한국사에서는 너무도 중요하지 않은 인물을 지문으로 냈다”라며 “1번 선지의 실직국과 압독국이라는 나라는 전공자도 알 수 없는 사소한 내용이었다”라고 전했다.
사건 순서를 나열하는 문제의 지문과 왕의 재위 사실을 묻는 문제의 선지 역시 생소했다. C 응시생은 “이몽학의 난이나 안록산과 사사명의 난 등은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도 전혀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라면서 “이렇게 지엽적으로 문제를 출제한다면 열심히 공부한 사람의 허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교수들 반응 ‘냉담’
이처럼 시험 출제에서 나올 수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동시에 노출한 이번 우정 9급 계리직 공무원 필기시험에 대해 교수들의 반응도 차가웠다.
먼저 한국사 전문교수는 “10년 전 7급 수준이며 내년 9급 준비생들은 이 문제를 풀지 말길 바란다”며 “이런 문제는 풀어서 도움이 전혀 안 되는 문제이며 국가고시센터에서는 이렇게 문제 낼 확률이 제로에 수렴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 다른 한국사 전문교수는 한 게시판에 “모두를 절망시킨 사악한 시험에 분노하고 좌절하는 수험생을 보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시간을 보냈다”라며 “시험의 시행 여부, 시험 일정에 대한 최소한의 안내도 없는 그동안의 행태가 몰지각하고 상식 없는 시험문제로 정점을 찍은 상황”이라는 글로 안타까움을 표했다.
우편 및 금융상식의 한 교수는 “공무원 강의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실제 시험에서 틀렸다”라며 “이번 같은 시험이라면 수험생들을 어떻게 준비를 시켜야할 지 갈피를 못 잡겠다”라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컴퓨터일반의 전문강사도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평균 점수가 4~50점대인데다가 컴퓨터일반, 우편 및 금융상식의 과락률이 5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강사로서 어떤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맞출 수 있게 하는 게 당연한 거지만, 이번 시험은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1년을 가르쳐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격선 폭락 ‘명약관화’
긴 지문과 지엽적인 출제는 합격선 폭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합격예측 서비스의 올해 서울청 예상 커트라인은 22일 16시 기준 58점으로 지난해 86.67점과 비교해 30점 가까이 하락했다. 또한 1885명이 성적 데이터를 입력한 9개청 각각의 평균 점수는 모두 40점 초반 대를 맴돌았다. 아울러 우편 및 금융상식과 컴퓨터일반의 과락률은 각각 51.59%와 50.46%를 기록했으며 두 과목 모두 70점 이상을 기록한 입력자는 1%에 못 미쳤다.
단순히 문제가 어려웠다면 이처럼 수험생들이 공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출제위원이 신이 아니기에 변별력이 완벽한 20문제를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을 터. 하지만, 이번 계리직 필기시험처럼 지엽적이고 기존 출제유형에서 벗어난 문제들을 다수 배치한다면 수험생들의 비난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다음 계리직 시험에서는 ‘운’이 아닌 ‘실력’을 평가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60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위해 수험생들이 피땀 흘린 수천수만분의 시간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헛되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출처 공무원저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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